지구의 기온 상승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들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 위협을 겪고 있으며, 그 영향은 점점 더 일상 속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뜨거워진 여름, 산책 시간의 재조정이 필요한 이유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산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산책은 단순히 배변 활동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운동량을 채워주는 필수 활동이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산책이 큰 도전 과제가 되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한낮의 산책은 발바닥 화상, 열사병, 탈수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스팔트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게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기온이 30도일 때 아스팔트 온도는 50도 이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반려견의 발바닥은 사람의 맨발보다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몇 분만 걸어도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햇볕과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열사병 위험이 커지는데,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름철 반려동물 응급실 내원 사례 중 상당수가 열사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호자들은 산책 시간을 새벽이나 늦은 저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휴대용 물통, 쿨링 조끼, 발바닥 보호 신발 등 다양한 보조 용품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더워지는 만큼, 반려동물의 생활 패턴 자체를 기후 변화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기후 변화가 불러온 반려동물 질병의 증가
기온이 상승하면서 반려동물들이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질병의 변화와 증가입니다. 기후 변화는 해충의 활동 범위와 계절을 넓히고, 전염병 발생 시기를 앞당기는 등 반려동물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기와 진드기 활동 기간의 연장입니다. 과거에는 봄과 여름에 집중되던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이 이제는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심장사상충, 진드기에 의해 발생하는 바베시아증 같은 질병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예방약 투여 기간을 늘려야 하고, 반려동물이 야외 활동을 할 때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높은 기온과 습도는 세균과 곰팡이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듭니다. 피부 질환, 외이염, 장염 같은 질병은 여름철에 더 자주 발생하며, 이는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라 치료 비용과 보호자의 스트레스까지 늘리는 요인이 됩니다. 특히 짧은 코를 가진 반려견(불독, 퍼그, 시추 등)은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해, 여름철에는 외출 자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 기후 변화는 반려동물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산책 시간이 줄고, 활동량이 부족해지면서 반려동물은 우울감이나 분리불안 같은 행동 문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날씨 탓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생활 전반에 걸친 건강 관리 문제로 이어집니다. 결국 기후 변화는 반려동물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3.보호자가 할 수 있는 대응과 미래의 반려동물 문화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인식과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더워진 여름과 길어진 해충 시즌을 단순히 불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패턴에 맞춰 반려동물 문화를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첫째, 생활 환경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을 적절히 유지하고, 쿨매트나 통풍이 잘 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책은 해가 지고 난 뒤 짧게 여러 번 나누어 하는 것이 좋으며, 실내 놀이를 통해 운동량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터그 놀이, 간식 숨기기 게임, 퍼즐 장난감 같은 활동은 반려동물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예방 중심의 건강 관리가 강조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충 활동이 길어진 만큼 심장사상충 예방약, 진드기 구제제, 구충제 등은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며, 보호자가 작은 변화라도 민감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반려동물 문화 자체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전에는 반려견과 함께 여름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이 낭만적인 풍경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폭염 속에서 이는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실내 반려동물 카페, 반려견 수영장, 반려동물 친화적인 실내 놀이터 등이 새로운 명절·휴가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반려동물 친화적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시설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 차원의 관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큰 틀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은 결국 사람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