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단순히 계절의 온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중요한 전통인 명절 풍경마저 변화를 겪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추석은 무더위와 함께, 설날은 눈 없는 겨울로 맞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더워진 추석, 한가위 보름달 아래 땀 흘리는 사람들
예전의 추석을 떠올리면 선선한 바람, 황금빛으로 물든 논과 들판,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긴팔 옷을 걸쳐야 할 정도의 서늘한 기운이 함께 그려집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석은 점점 ‘가을 명절’이 아닌 여름의 연장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9월 말~10월 초에 찾아오는 추석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거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추석 무렵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해, 한가위를 준비하는 농민들은 예년보다 훨씬 더 더운 환경 속에서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추석 성묘 또한 더위와 미세먼지 문제로 쉽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함께 산소를 돌보고 송편을 나누던 일이 명절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 상황이 흔해졌습니다. 일부 가족은 낮 시간 대신 아예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성묘를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죠.
또한 더위는 명절 음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송편, 전, 나물 등 다양한 음식은 장시간 상온에 두기 어려워 냉장고나 아이스팩 보관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는 음식 준비에 더 많은 비용과 수고를 요구하게 하고, 예전처럼 넉넉하게 만들어 나누던 풍습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추석은 계절이 주는 풍요로움과 여유 대신, 무더위와 보관 문제, 건강에 대한 걱정이 함께하는 명절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2. 눈 없는 설날, 겨울 명절의 정서가 사라지다
설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풍경은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마을 풍경, 아이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썰매를 타는 모습, 그리고 눈 덮인 길을 걸어 시골집에 도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설날 무렵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겨울 강수량 자체는 늘었지만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눈이 없는 설날은 명절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눈 위에서 즐기던 전통 놀이인 썰매 타기,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점점 낯선 놀이가 되고 있습니다. 대신 실내 오락, 스마트폰 게임, 실내 키즈카페가 설날 놀이를 대신하게 되었죠. 이는 명절의 풍경을 단순히 바꾸는 것을 넘어 세대 간 공유되는 겨울 명절의 추억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설날 교통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눈길이나 빙판길로 인한 귀성길 정체가 과거의 큰 이슈였다면, 요즘은 눈보다 비와 안개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크게 부각됩니다. 고속도로 제설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던 장면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빗길 안전 운전 캠페인이 설 명절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농업 측면에서도 눈 없는 겨울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겨울철 눈은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고 병충해를 막아주는 자연적인 역할을 하지만, 눈이 줄어들면 이 기능이 약화되어 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작물 생육에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설날 풍경에서 눈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계절적 변화가 아니라, 농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남기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변하는 명절 풍경 속 우리의 대응과 새로운 전통 만들기
추석과 설날이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첫째, 명절 음식 보관과 준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더워진 추석에는 전통 방식대로 음식을 대량으로 만들어 상온에 두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소량을 준비하고 냉장·냉동 보관을 병행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아이스팩이나 보냉 가방 같은 새로운 명절 필수품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불편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는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전통 놀이의 현대화입니다. 눈이 없는 설날이라고 해서 놀이 자체가 사라질 필요는 없습니다. 지역 축제에서는 인공 눈을 활용한 겨울 체험장을 마련하기도 하고, 일부 가정은 보드게임이나 VR 기기를 활용해 새로운 가족 놀이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눈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라는 아쉬움을 새로운 놀이 문화의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명절의 의미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본래 추석과 설날은 풍요와 감사,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지, 반드시 날씨와 풍경에 의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워진 추석에도 가족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눈 없는 설날에도 따뜻한 집 안에서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형식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는 마음과 정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변화를 단순히 불편한 변화로만 바라보기보다 기후 변화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추석과 설날의 풍경이 변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 전체가 기후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명절을 통해 우리는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보호와 기후 대응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