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은 단순히 계절의 맛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우리의 식탁과 농업 문화를 지켜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기후 변화는 계절의 풍경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채소의 달력까지 바꾸고 있는 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예전과 달라진 제철 과일·채소 달력
예전에는 달력만 펼쳐보면 어떤 시기에 어떤 과일과 채소를 맛볼 수 있는지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3월에는 딸기, 5월에는 참외, 6월에는 체리와 복숭아, 9월에는 포도와 배, 겨울에는 귤 같은 식으로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최근 10~20년 사이 기온 상승과 이상 기후가 반복되면서 이 ‘제철 달력’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딸기는 원래 늦겨울에서 봄철 과일이었지만, 스마트팜과 하우스 재배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름에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포도의 수확 시기 역시 앞당겨져 8월 중순부터 샤인머스캣을 맛볼 수 있고, 사과는 10월이 대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8월 말부터 일찍 출하되는 조생종 품종이 늘고 있습니다. 수박도 일년 내내 맛볼 수 있게 하우스 재배를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채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추는 김장철인 늦가을이 대표 수확기였지만, 여름 배추나 고랭지 배추 재배가 늘면서 계절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철’이라는 개념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가격이 변동 폭이 심할 때는 있지만, 과일이나 채소들을 거의 일년 내내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수확시기도 길어지고, 이름이 낯선 품종 개량도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2. 기후 변화가 만든 수확 시기의 불균형
기후 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 계절 간 경계 약화, 그리고 집중호우·가뭄 같은 이상 기후는 농산물의 성장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첫째, 온난화로 인한 조생종 확대입니다. 봄이 빨라지고 가을이 늦어지면서 전통적인 수확 시기보다 일찍 열매가 맺히고 수확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복숭아와 포도는 과거보다 2~3주 이상 빨라진 경우가 흔합니다.
둘째, 재배지의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따뜻한 남부 지역에서만 자라던 작물들이 이제는 중부나 북부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추운 지역 특산물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고랭지 채소는 더 이상 ‘여름에만 먹는 특별한 채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셋째, 품질 불균형 문제입니다. 갑작스러운 폭염이나 집중호우로 인해 당도가 불안정해지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사과는 빨리 익지만 저장 기간이 짧아 소비자에게는 ‘맛은 좋지만 금방 무르는’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농민들에게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3. 앞으로의 제철 달력과 우리의 선택
앞으로 제철 달력은 더 빠르게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생소한 열대 과일이 국내산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망고, 바나나, 파파야 같은 과일 재배가 늘고 있으며, 경남 지역에서는 레몬·라임 재배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겨울을 대표하던 귤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당도와 저장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새로운 대응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과일’보다 제철에 가까운 과일·채소를 선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는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농민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생산자는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신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샤인머스캣처럼 기후 변화 속에서 적응한 신품종 포도 사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고 있던 제철과일을 기억하기보다는 발빠르게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제철달력에 관심을 갖고 과일과 채소를 선택하여 건강을 챙겨야 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